감싸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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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세 나오미의 92년작 감싸안으며를 드디어 보았다. 예전에 영화 수자쿠로 그녀가 칸느 황금카메라상을 탔을 때 즈음인가 아니면 좀 더 이전인가 영화잡지 키노에 한페이지 정도 그녀의 초기작에 대해서 짧은 리뷰가 실린 적 있었다. 그 때 보고싶다고 생각만 하고선 한동안 잊고 있다가 거의 이십년이 넘어 이제야 본 거다. 나의 예감처럼 영화는 너무 좋았다. 일반적인 서사를 가진 영화라기 보단 실험적인 비쥬얼 아트에 가까운 이 작품은 그럼에도 가와세 나오미의 마음과 진심을 가득 담고 있기 때문에 진솔하게 느껴진다. 다들 알다시피 그녀는 어린시절 부모의 이혼으로 아버지가 떠나고 뒤이어 어머니도 떠난 뒤 외할머니에게 입양되어 유년시절을 보낸다. 줄 곧 친구가 없이 홀로 지내던 그녀는 십대 시절 영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오사카의 한 비쥬얼 아트스쿨에서 영화를 공부한다. 그리고 스물 셋이 되던 어느 날 그녀는 외할머니에게 아버지를 보고 싶다고 이야기한다. 영화는 남아있는 어린시절의 사진들에 의존해서 어린시절 살던 곳을 찾아가고 또 아버지가 살고 있는 곳을 찾아가고 다시 돌아오는 장면을 반복한다.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실시간으로 다큐로 촬영한 이 영화에는 잠시 등장하는 외할머니를 제외하고는 등장인물이라고 할 만한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다. 줄곧 시점쇼트로만 진행되는 이 영화에는 혼자 놀던 공터와 공원 놀이터 그리고 텅빈 하늘만이 가득하다. 인파를 해치고 돌아온 집에서 마주한 외할머니의 얼굴은 매우 연로하며 무심한 하늘과 짓게 드리운 그녀의 그림자는 이제 곧 할머니가 떠나고 나면 세상에 그녀만 홀로 남게될 것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녀는 용기를 내어 아버지에게 전화를 하고 자신이 가와세 나오미라고 이야기한다. 밤의 공상에 젖어 끄적이는 일기장과 같은 이 다큐는 야마가타 국제 다큐멘터리 영화제에 출품되고 우연히 오가와 신스케의 촬영감독이었던 타무라 마사키의 눈에 띄게되며 세상에 나오게된다. 이 투박하지만 삶의 내밀한 부분을 진솔하게 담은 이 실험적 영상은 그들의 눈에도 마음에 들었던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