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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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드 피트를 생각하면 떠오르는 또 다른 영화는 바로 베넷 밀러 감독의 머니볼. 이천년대 초반 가난한 메이저리그 구단이었던 오클랜드 어슬래틱스를 데리고 데이터분석의 일종인 세이버매트릭스를 도입하여 승승장구했던 빌리 빈 단장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마이클루이스의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사실 많은 영화평들이 이 머니볼을 감동적인 스포츠 드라마로 묘사하던데 사실 이 영화는 트라우마라는 좁은 우물에 갖힌 한 주인공 빌리 빈의 비극을 다룬 영화로 보여진다. 영화의 설명대로라면 인간미라곤 하나도 없고 모든 선수를 오로지 데이터로만 보는 빌리는 보스턴으로부터 거액의 스카웃제의가 왔을 때 떠났어야만 했다. 하지만 그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실제 영화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가난한 구단이 만들어내는 드라마와 어린시절 5툴의 야구선수로 촉망받던 빌이 모두를 실망시키고 선수생활을 마친 뒤 그의 삶마저 엉망이 되어버린 빌리 빈의 이야기가 병렬적으로 흘러간다. 드라마의 구조상 구단이 드라마를 만들어나가면 빌리는 그와 함께 점차 카메라의 안쪽으로 들어와야 말이 된다. 하지만 감독은 시작부터 끝까지 빌리를 화면의 안쪽으로 들이지 않는다. 그는 모든 장면에서 사람들과 유리되어있다. 그의 대부분의 대화 씬에서 카메라는 그들을 수평으로 배치하지 않고 수직으로 배치한다. 건널 수 없는 깊은 강을 감독은 만들어놓은 것이다. 물론 20승을 하는 마지막 순간 그는 차를 돌려 구장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뒤이어 연결되는 쇼트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여 거짓말처럼 구단이 패배하는 장면이다. 그러니깐 그는 영화의 마지막 쇼트 속 모니터에 비친 모습처럼 무저갱 같은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갇혀있는 것이다. 그것이 아니라면 느닷없이 한밤중 구장의 한복판에 홀로 걸어가 바닥에 누워 괴로워하는 장면을 설명할 수가 없다. 더 의미심장한 부분은 영화의 엔딩쇼트. 사실 영화는 빌리가 모니터 속에 갇혀서 괴로워하는 장면으로 끝나야 말이 된다. 그런데 왜 이런 군더더기 같은 쇼트를 굳이 감독은 삽입했을까? 물론 Lenka가 부른 The show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곡임은 틀림없으며 이 음악과 이 쇼트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좋아하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이 쇼트 때문에 영화의 모든 균형이 무너져버린다. 제작사의 압박 때문이었을까? 재미난 건 빌리는 차 속에서 시디를 꺼내 딸이 녹음한 노래를 듣는데 영화에서는 그가 딸에게 이 음반을 받는 장면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정상적이라면 딸과 헤어지는 이전 장면에서 딸이 음악을 들어보라고 시디를 전달해주었어야만 한다. 이게 당연한 헐리우드의 문법이고 그래야 마지막 장면에서 감독이 의도한 것이 정확하게 사람이 이해한 감동의 장면과 일치한다. 하지만 감독은 그러한 묘사를 생략함으로써 이 마지막 쇼트를 생뚱맞게 만들었다. 그러니깐 아마도 감독은 지옥에 갇혀서 고통받는 한 인간의 이야기로 헐리우드 영화를 마무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말이 되지 않는 상상 속의 쇼트를 삽입한게 아니었을까 싶다. 빌리는 모두의 환호를 받을 수 있는 영광의 자리를 필사적으로 피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건 어린시절 야구선수로서의 상처 때문이 아니라.. 사실은 그보다 훨씬 더 이전의 트라우마 때문에 어린시절 야구선수로서의 성공도 피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플레이오프에서 패배한뒤 마주한 동료와의 자료실 장면에서 그는 홈런을 치고도 1루타인줄 알고 2루를 향하다 자빠진 선수의 자료화면을 본다. 그 장면의 의미는 너는 이미 홈런을 쳤어 힘을내! 따위가 아니라 비록 홈런을 쳤을지라도 영원히 1루에 갖혀있을 수 밖에 없는 불쌍한 영혼에 관한 이야기인 것이다. 이런 해석이 더 말이 되는 건 베넷 밀러의 다음 작품 폭스캐처를 보면 더욱 명확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