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하는 침략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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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일본영화 3편을 보았다. 먼저 일본에서 만비키가족(어느 가족)을 보았다. 물론 말을 완전히 못알아들어서도 있겠지만 이상하게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는 보고나면 쓸말이 없다. 어떤 결말을 향해가든 그 장르안에서 예상가능한 끝맺음. 그의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운것은 집안의 미장센 정도다.
다음 오즈의 ‘오차즈케의 맛’을 보았다. 오즈의 영화는 진지할때는 경지의 엄숙함이 있지만 코미디를 찍기 시작하면 수수께끼가 된다. 이 이상한 영화. 안녕하세요도 그랬지만 이 영화도 겉으로 보면 부부의 사소한 갈등과 오해를 오차즈케를 먹으며 화해하는 경쾌한 코미디 영화처럼 보인다. 그러나 부부가 화해한후 남편은 다음 씬부터 영화에서 사라지고 여자는 오랜 친구들과의 여성의 연대가 깨지며 프레임에 혼자 남는다. 눈물로 화해한 후 혼자 남게되는 영화. 오즈는 모두가 하나가 되는 영화를 찍어면서 모두가 혼자가 되는 영화를 만들었다.
마지막으로 구로자와 기요시의 ‘산책하는 침략자’를 보았다. 난 기요시의 영화하면 큐어를 잊을수가 없다. 그 시절 모든 영화들이 ‘나는 누구지?”라는 스스로에게 질문을 할때 기요시는 “너는 누구지?”라고 질문을 했다. 그래서인가 기요시를 사람들은 호러물 감독으로 많이 인식하고 있지만 난 이상하게 그런 기억이 없다. 순간 순간 섬뜩함을 아무렇지 않게 표현하는것이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한 목적일뿐 관객을 자극하기 위해서라고는 느낀적이 없다. 산책하는 침략자는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영화. 그래도 굳이 말하라면 뒤죽박죽 장르가 섞이고 B급영화에 철학적 질문이 농담처럼 들어있다. 게다가 우주인이 지구를 침략한다는데 방어하는 군대의 모습은 이상하게 전범국가의 어떤 이미지가 있다. 우주인들은 지구를 침략하기전에 인간에게서 개념을 가져간다. 나, 타인, 소유, 직장, 가족 이런 개념들을 인간에게 이미지로 떠올리게 하고 손가락을 인간의 이마에 대면 우주인은 개념을 흡수하고 인간은 개념을 상실한다. 나루미는 어느날 돌아온 남편 신지에게 당혹감을 느낀다. 이 부부는 이미 남편이 불륜을 하고 있는사랑따윈 존재하지 않는 부부였지만 돌아온 남편은 예전의 모습이 아니고 어딘가 이상하다. 나루미를 가이드라고 부르며 자신이 우주인이라고 한다. 우주인은 인류를 멸망시키기 위해서 이땅에 왔다. 그리고 인간들에게서 단어의 개념을 흡수하기 위해 산책하는 우주인 신지. 그는 부부와 가족이라는 개념을 배우며 나루미에게 부부의 정의처럼 성실하게 대해준다. 그러자 나루미는 우주인 남편을 사랑하기 시작한다. 필사적으로 우주인이라도 사랑하고 싶었던 외로운 세계. 마치 호수의 이방인의 끝내 자신을 죽일지도 모르는 살인자 미셸을 찾기 시작하는 프랑크처럼 지구를 침략하고 자신을 죽이러온 우주인에게 끝내 사랑을 다하는 나루미. 그녀는 마지막으로 자신의 사랑의 개념을 신지에게 준다. 그 정의할수 없는 거대한 개념을 받은 신지는 자신들의 계획이던 인류종말에서 나루미를 보호하고 어쩐일인지 우주인들은 인류를 말살하지 않는다. 자 , 여기까지 이야기하면 이 영화는 어쩌면 사랑만이 인류를 구원한다는 SF 신파극. 그런데 중간에 우주인이 흡수된 사쿠라이가 영화를 찍고 있는 카메라에 손가락을 대고 관객의 개념을 가져가는 장면이 있다. 우주인은 개념을 가져갈때마다 이미지를 떠올리라고 말한다. 영화는 무엇입니까? 질문에 떠오르는 첫번째 대답. 그 유명한 들뢰즈의 시네마 운동-이미지. 사쿠라이가 관객으로 부터 가져간 것은 그러니까 산책하는 침략자라는 영화. 지금까지 보고있는 이미지를 가져간다. 그리고 남는 장면은 우주인의 지구침략과 살아남은 사람들. 그 마지막 장면에 우주인 신지가 병원에 있는 나루미에게 온다. 사랑이라는 개념을 빼앗긴 멍한 나루미를 바라보며 신지는 평생곁에 있을꺼라고 혼잣말을 한다. 그런데 이 씬이 이상하게 감정을 흔든다. 평범한 이야기 마지막에 달빛소나타가 우리를 흔들어대던 기요시의 도쿄소나타의 한 장면처럼 산책하는 침략자에서 영화가 송두리째 사라져도 이 장면은 잊혀지지 않는다. 분명 영화의 이야기는 아무렇게나 흘러가고 장면들은 되는대로 대충대충 찍은것 같은데 사랑에 관한 기요시의 고백만은 필사적으로 진심으로 들린다. 그것이 구로자와 기요시의 매력. 아무도 흉내낼수 없는 그만의 세계. 나는 그 세계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