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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아저씨에게 경희궁을 가자고 하니 광화문에 있는 경희궁의 아침 오피스텔에 날 내려주려고 한다. 그래서 여기가 아니라 저기 남쪽에 있는 경희궁이라고 하니깐 기사 아저씨가 여기가 경희궁 맞다고 하시네.. 우여곡절 끝에 경희궁에 오긴 왔는데 애당초 기사 아저씨는 경희궁이란 곳이 있는걸 몰랐던 거다. 불쌍한 경희궁. 경희궁은 원래 이름은 경덕궁으로 7-8만 평 이상 엄청나게 넓은 궁이었는데 대원군이 경복궁을 증축하면서 다 뜯어가 버리는 바람에 궁의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고 한다. 이후 일제강점기에 전각을 죄다 허물고 숭전전은 동국대에서 가져가서 법당으로 쓰고 정문도 이토 히로부미의 사당이 있던 신라호텔에서 가져가 버리는 바람에 정말 허허벌판이 되었다. 그러다 1980년대 말 이 자리에 들어섰던 서울고등학교가 강남으로 옮겨가는 통에 겨우 복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경희궁은 다른 궁과 달리 동편으로 신문로 쪽 그러니깐 지금의 구세군 위치에 정문이 있었다. 그런데 일제강점기를 지나면서 폐허가 된 이 위치에 시간이 지나 다시 복원하려고 하니 이미 이런저런 건물들이 들어차 원래 자리에 돌아올 수 없게 되었고 그나마 남쪽으로 지금의 위치에 홍화문을 설치할 수 있었다. 정문을 지나 안으로 들어가는데 별다른 건물도 없이 썰렁하기 그지없다. 궁 전체가 복원인데 가장 중요한 숭전전은 동국대에 진짜 숭전전이 있고 경희궁에 있는 숭전전은 새로 지은 거다. 그나마 정문을 다시 가지고 올 수 있었다는 게 다행이라면 다행일까. 궁이 원래의 모습이 아니라 터도 제대로 복원하지 못하고 일부 건물들도 다 새로 만드는 바람이 이름도 정식으로 경희궁이라 못하고 경희궁지라고 한다. 암튼 이래저래 많은 이들의 기억에서 지워진 비운의 궁이다.. 이 경희궁에서 가장 중요한 장소 중 하나는 바로 자정전 뒤편으로 궁의 가장 구석에 있는 서암이다. 깜빡하면 놓치기 쉬운 장소에 있다. 움막 형식으로 움푹 들어간 암석인데 그곳에 샘이 하나 있어서 신기하게도 물이 아래로 졸졸 흐른다. 옛 왕들은 이게 왕의 기운이 넘치는 것이라 하여 아주 중요한 곳으로 여겼다고 한다. 지금은 추운 겨울이라 얼어붙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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