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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대의 십년의 시간을 조그마한 상자에 넣어놓고 봉인을 해두면 어떻게 될까? 그러니깐 봉인된 기억은 다시 지상으로 호출되지 않으니 무엇인지 기억할 길이 없는데 뭔가 어렴풋한 느낌만은 남아있어서 이상하게도 그 지점에 가면 뭔가 아스라한 기분이 드는거. 그러니깐 망각이라는건 꽤나 편리한 도구여서 잊혀지는게 아니라 잊힘이라는 수단을 통해서 어떤 기억들을 봉인해두는 것에 더 가깝단 생각을 하곤한다. 그런데 그 뿌리가 견고하면 가끔 지상으로 뚫고 올라와 가슴 끝을 콕콕 찌르거나 꿈에 나타나 우리를 무겁게 한다. 암튼. 이십대의 정말 많은 시간을 한강변을 걸으며 보낸 것 같은데 남아있는게 거의 없다. 별로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냥 치매려나 하고 지나가게 되는거다. 그리고 남아있지 않더라도 아무런 상관이 없는 것 같고. 그게 참 신기하다. 거대한 양동이에 물을 가득 담은 뒤. 한 바가지를 퍼내고 다시 다른 물 한바가지를 퍼서 넣고. 이걸 한참 오래동안 했는데 어느 순간 보니 그 양동이 안에 있는 물이 이 물인지 그 물인지 어느 물인지 알 수 없단 말이지. 뭐 알 수는 없는데 양동이 속 물은 뭐 여전히 가득차있다.. 그거 몰라도 아무 상관도 없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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