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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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이만희의 휴일을 유투브로 봤다. 두번을 봤는데 첫번째 본다음 나는 이영화가 돈없는 청춘의 사랑에 관한 불안과 비극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프레임마다 보여지는 미장센은 때로 모던하다는 점에서 안토니오니 같기도 하고 인물을 프레임에 담는게 아니라 인물의 내면의 심리를 프레임에 담는다는 점에서 왕가위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또는 사진속 절단된 손들의 쇼트를 보고 브레송을 생각하기도 했다. 영화는 믿을수 없을 만큼 좋았는데 동시에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연인은 서로가 너무 사랑하지만 가난해서 결혼을 할 능력도 안되고 아기를 키울 능력도 안되어 임신중절을 결정한다. 여자(지연)는 수술실에 들어가는데 남자(허욱)는 괴로워서 술집에 간다. 그 자리에서 허욱은 다른 여자를 만나서 몇차에 걸친 술을 마시다가 그 여자와 공사판에서 성관계를 하려고 한다. 그 때 병원에서 임신중절 도중 지연은 죽는다. 사랑의 비극을 테마로 한 멜로 영화에서 갑자기 남자주인공이 수술실에 들어간 연인을 놔두고 괴로워서 다른 여자와 잠을 잔다 -가 과연 멜로 장르에서 가능한 이야기일까? 더구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허욱이 전반부에서 보여주는 그 간절함은 그야말로 절절하다. 그런데 지연이 수술실로 들어간 다음부터 영화는 지연을 잊어버리고 다른 이야기를 한다. 뭔가 이상한게 지연은 원래부터 없던 여자같기도 하다. 그래서 휴일을 다시 봤다. 다시 본 휴일은 너무나 이상하고 그로테스크한 영화였다. 어떻게 한 영화가 이렇게 다르게 다가올수 있을까? 특히 지연이 허욱을 기다리는 모래바람부는 언덕은 처음 볼때는 68년도에 이렇게 마음의 정서를 절실하고 아득하게 표현하다니 대단하구나..싶었는데 두번째 볼 때 그 곳은 심판을 기다리는 지옥의 문앞, 세상과는 다른 장소 같았다. 황량하고 거대한 기와집의 쇼트와 구불대며 자라는 기괴한 나무들, 심지어 클로즈업을 하는데 지연을 지나치고 옆의 나무에 카메라가 다가간다. 모래바람은 마치 지옥불의 연기처럼 아득하다. 어쩌면 처음부터 검은 머플러에 검은 상의를 입은 지연은 허욱의 망상의 인물일수도 있다. 그녀가 죽었다고 그녀의 아버지에게 이야기해도 그녀의 아버지는 허욱에게 이놈 미쳤구만 그러며 쫒아내는 점 또한 그 의심에 힘을 실어준다. 그리고 그녀와 있던 산중턱 모래바람속의 쇼트들은 시간적으로 말이 안된다. 언덕위에 있던 남녀가 갑자기 언덕아래에 있다가 다음 쇼트에서 다시 언덕위에에 있기도 한다. 이걸 회상이라고 하기엔 같은날 같은 시각에 벌어진 일을 이렇게 편집할 필요가 있는것일까?(나는 의도적으로 비현실적으로 편집했다고 생각한다) 비롯하여 이 영화의 이상한점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브레송을 생각나게 하던 사진속의 쇼트도 지연은 검은장갑을 끼고 이미 죽었있는 은유로 상징되고 왼편의 간호사의 손은 심판자인 의사에게 그녀를 데려가는 대리인의 역활로 보인다. 오른쪽 허욱의 손은 그녀를 잡기위한 손, 브레송식으로 말하자면 은총과 구원을 향한 절규. 종합해보면 이 영화에 정말 사랑이 들어있기는 한걸까? 나는 이 시대의 영화들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고 이만희 감독의 영화를 처음 보는 것이라 무엇이라 정의할수는 없다. 단지 1968년 박정희의 시대, 어두운 도시를 끝없이 뛰어가며 결국 끊어진 레일앞에 서고야 마는 청춘. 허구와 망상으로 살아야하는 동정없는 세계, 끝내 그 시대에 상영할수 없었던 영화가 내 앞에 도착한다음 나는 며칠간 혼란속에 지냈다. 이 영화는 정말 어마어마하다. 사실 이 글의 시작은 잠안오는 여름밤을 탈출하기 위해 이만희 휴일로 시작해서 콜미바이유어네임의 이상하게 잊혀지지 않는 장면(그 폭포앞에서 올리버가 갑자기 불현듯 뒤를 돌아보는 이상한 씬- 나는 이장면이 영화의 얼룩같다는 생각을 했다)을 이야기해보고 그 다음 김어준의 다큐들은 사실 영화적으로는 꽝인데 시대의 간절함으로 응원했다고 고백하고, 영화비평지 필로가 키노만큼 신나지 않는다고 토로하고, 비정성시를 다시한번 생각한다음 브레송으로 끝맺음하려고 했는데 이만희 휴일은 정말 쇼트쇼트 글을 쓰기 시작하면 끝이 안나는것 같다. 그래서 밤은 깊었고 나는 이만 생각을 접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