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연과 상상

오랜만에 아트하우스모모에 다녀왔다. 여기 후문 주차장을 들어가는법을 알려준 친구가 있었는데 지금은 만나지 않는다. 들어가면서 생각이 났다. 우연과 상상은 너무 감동적이라 울뻔했다. 아니 근데 드라이브 마이 카는 왜 그 모양인지 이해가 안된다. 하마구치 류스케야 워낙 텍스트를 대화로 낭독해서 소설적 상상력을 스크린에 치환하는것으로 유명하니까 그 부분에 관한 내용은 더 이상 쓰지 않겠다. 나는 하마구치의 이런 방식을 영화에… Continue reading 우연과 상상

당신얼굴 앞에서

오즈의 1929년작 단편 무성영화 '대학은 나왔지만'을 보는데 오랜만에 보는 무성영화는 대화에 관한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영화에서 대화란 대화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사운드의 뉘앙스, 타인의 목소리도 중요한하다. 그런데 무성영화는 그것이 빠져있다. 사람의 목소리를 빼앗아 텍스트화 시키고 구어체를 스크린으로 보여준다음 대화를 이어나간다. 이건 인물과 인물의 대화일까 또는 텍스트와 텍스트의 대화일까 그것도 아니면 쇼트와 쇼트의 대화일까. 영화는 그 자체가… Continue reading 당신얼굴 앞에서

해피 아워

영화가 시작되자 카메라는 트랩을 따라 가다 터널로 들어간다. 터널의 어둠속에서 출구가 보이는데 줌인 트랙 아웃을 쓴 것처럼 가도 가도 출구가 다가오지 않는다. 급기야 출구에 다가가자 순간 갈라진 세계. 그리고 카메라는 트랩이 반대로 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첫씬은 해피아워의 주제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영원히 못빠져 나가는 동굴. 하나가 될수 없는 세계. 앞으로 가고 있으나 실상을 뒤로 가고… Continue reading 해피 아워

이런 저런 이야기

영화가 갖고 있는 영화고유의 경험을 한지가 너무 오래되었다. 블로거와 유투버의 대중평론이 중심에 서기 시작하면서 영화적 경험을 위한 비평들은 꼰대와 먹물이라는 이름으로 추방되고 삶의 존재를 위로해주던 영화들은 점점 더 숨어버렸다. 영화가 숨으니 좋은 평론 또한 대중의 곁을 떠나갔다. 새로운 배움은 어디에 있는가? 영화에서 배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시대. 비평이 필요없는 시대. 나는 찾을 수 없는 술래잡기의… Continue reading 이런 저런 이야기

좋아하는 감독 100명을 꼽아본다면

좋아하는 영화 베스트 10을 고르려니 쉽지가 않다. 마치 메릴 스트립 주연의 영화 소피의 선택이 연상된다. 이 작품은 2차대전의 비극을 다루고 있는 작품으로 수용소에서 살아남기 위해 자식들 중 살려둘 아이와 죽게 내버려둘 아이를 자신의 손으로 골라야하는 주인공의 비극을 다루고 있다. 사람의 선호라는게 좋아하면 좋아할 수록 버리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그래서 배스트 10 말고 베스트 100으로 골라보기로. 다만… Continue reading 좋아하는 감독 100명을 꼽아본다면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은 크지쉬토프 키에슬로브스키의 tv판 십계 연작중 여섯번째 계명 '간음하지 마라'를 장편영화로 다시 편집한것이다. 당시에는 tv판 '간음하지 마라'를 먼저 본 후라 거의 동일하게 진행되는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은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또는 그렇게 믿었다). 그때 십계 연작은 씨네필들에게 이거 안보면 영화 좀 안다고 안쳐줌 같은 존재여서 오리지널리티가 우선이라는 생각을 했던것 같다. 그리고 어제 왓차에서 정말 그냥 사랑에 관한 짧은… Continue reading 사랑에 관한 짧은 필름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은 언젠가 봐야지 했던 '크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 로 믿으며 착각하며 본 영화다. 게다가 끝날때까지 남자 주인공을 랄프 파인즈로 알고 있었으며 여주인공은 브릿지존스 다이어리의 그 여배우인가? 생각하며 보았다. 음. 배우들이 점점 닮아가는건지 어떤이유인지 하여간 내가 점점 더 멍해지는 것을 알게되는 것도 어떤면으로는 기분나쁘지 않다. 팻은 막 정신병원에서 퇴원했다. 팻은 집에서 아내 니키의 외도를 목격하고 현장에서 불륜을 저지른 남자를 폭행해서… Continue reading 실버라이닝 플레이북

2019년 나의 베스트

최고의 영화 10 1. 굿타임 - 사프디형제 2. Heaven Knows What (2014) - 사프디 형제 3. 애드 아스트라 - 제임스 그레이 4. 퍼스트 리폼드 - 폴슈레이더 5. 강변호텔 - 홍상수 6. 원스어폰 어 타임 인 헐리우드 - 쿠엔틴 타란티노 7. 아사코 - 하마구치 류스케 8. 기생충 - 봉준호 9. 배신자 - 마르코 벨로치오 10.하이라이프 - 클레어드니 최악의 영화 3 1.… Continue reading 2019년 나의 베스트

애드 아스트라

제임스 그레이의 신작 애드 아스트라는 제임스 그레이의 전작 잃어버린 도시 z의 다른 판본 혹은 후편같은 영화다. 애드 아스트라에서 지적 생물체를 찾기 위해 우주로 떠나버린 아버지 클리포드는 말하자면 잃어버린 도시 z에서 문명의 흔적을 발견하기 위해 아마존으로 사라져버린 퍼시포셋이다. 그 둘은 자신들의 신념을 향해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났고 결국 돌아오지 않았다. 어떤이들은 죽었다고 말하고 혹자는 우연이 보았다는 소문을… Continue reading 애드 아스트라

영화 영화음악 잡담

때로 어떤 영화음악은 그 자체로 영화보다 뛰어나서 그 자체로 영화를 각인 시키기도 한다. 어떤 감독들은 아마도 영화의 진행과는 상관없는 음악을 사용해서 그 충돌의 간극을 우리에게 기억 시키기도 한다. 어떤 감독들은 장면과는 전혀 반대의 음악을 사용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는 이미 진부해진 클리셰가 되버렸다. 올해 본 영화중에 굿타임이란 영화는 두말할 것 없이 최고였다. 두 형제의 악전고투 스릴러.… Continue reading 영화 영화음악 잡담

2018 나의 베스트

2018 올해 보았던 개봉, 비 개봉 합쳐진 나의 리스트 1.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 양덕창 (1991년작) 2, 휴일 - 이만희 (1966년작) 3. 팬텀 스레드 - 폴 토마스 앤더슨 4. 녹차의 중력 + 백 두 번째 구름 - 정성일 6. 레디 플레이어 원 + 더 포스트 - 스티븐 스필버그 8. 산책하는 침략자 - 구로자와 기요시 9.… Continue reading 2018 나의 베스트

산책하는 침략자

최근에 일본영화 3편을 보았다. 먼저 일본에서 만비키가족(어느 가족)을 보았다. 물론 말을 완전히 못알아들어서도 있겠지만 이상하게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영화는 보고나면 쓸말이 없다. 어떤 결말을 향해가든 그 장르안에서 예상가능한 끝맺음. 그의 영화에서 개인적으로 흥미로운것은 집안의 미장센 정도다. 다음 오즈의 '오차즈케의 맛'을 보았다. 오즈의 영화는 진지할때는 경지의 엄숙함이 있지만 코미디를 찍기 시작하면 수수께끼가 된다. 이 이상한 영화. 안녕하세요도… Continue reading 산책하는 침략자

카페 뤼미에르

요우코는 꿈을 꿨다. 고블린이 나타나서 아기를 훔쳐가고 얼음으로 만들어진 아이를 놓고간다. 아기의 언니 아이다는 아이가 다 녹은 후에 이걸 깨닫고 아이를 찾으러 간다. 엄마는 멍하니 있고 아빠는 집에 없는, 그래서 언니가 모든것을 맡아 해야 하는 outside over there의 동화속 이야기를 꿈꾼 것을 유코가 전화로 하지메에게 이야기 하며 영화가 시작한다. – 가베시광 요우코에겐 아버지와 새엄마가 있다.… Continue reading 카페 뤼미에르

고령가소년살인사건

예구했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블루레이가 미리 도착했다. 양덕창의 이 영화가 대만 뉴웨이브의 전설인건 알고 있지었지만 내가 양덕창을 만난건 '하나 그리고 둘'이 처음이었다. 이 말은 허우샤오시엔의 비정성시를 만난다음 차이밍량의 애정만세를 만난다음 양덕창을 만났다는 이야기다. 너무 늦게 만난 양덕창의 하나 그리고 둘은 큰 감흥이 없었다. 나는 그렇게 양덕창을 오해했다.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비정성시와 같은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Continue reading 고령가소년살인사건

휴일

얼마전에 이만희의 휴일을 유투브로 봤다. 두번을 봤는데 첫번째 본다음 나는 이영화가 돈없는 청춘의 사랑에 관한 불안과 비극에 관한 영화라고 생각했다. 프레임마다 보여지는 미장센은 때로 모던하다는 점에서 안토니오니 같기도 하고 인물을 프레임에 담는게 아니라 인물의 내면의 심리를 프레임에 담는다는 점에서 왕가위 같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또는 사진속 절단된 손들의 쇼트를 보고 브레송을 생각하기도 했다. 영화는 믿을수 없을… Continue reading 휴일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눈이 점점 멀어져가는 바르다와 사진을 찍어 벽에 붙이는 작업을 하는 jr이 프랑스를 여행하면서 사진작업을 설치하는 과정을 찍은 영화다. jr은 사진을 찍고 바르다는 그걸 찍는 jr을 찍는다. 영화는 내내 고된삶의 현장. 그걸 버티는 사람들의 장소를 찾아가 그들을 찍는다. 그 다음 그들이 살고 일하는 장소에 그들의 사진을 붙인다. 그 과정을  유쾌하게 찍어서 마치 행복해… Continue reading 바르다가 사랑한 얼굴들

블레이드러너 2049

역시 드니빌뇌브 감독의 영화는 볼때마다 후회하지만 이번 블레이드러너 2049는 그중에서도 가장 좋지 않았다. 블레이드러너 2019가 당시에 우리에게 영화의 포스트모더니즘을 알리며 철학적 질문을 던졌다면 블레이드 러너 2049는 그 질문이 아직도 유효한 논쟁거리인가 생각해봤어야 했다. 아쉽게도 이미 그런 주제는 너무 많이 보아왔다. 그래서  블레이드러너 2019에서 말하던 복제와 원본, 원본보다 더 원본다운 그 본질과 차이의 문제는 2017년에는 철학적 질문이 아니라 대중에게 먹히는 상품의 소비재가… Continue reading 블레이드러너 2049

잃어버린 도시 z

이 영화는 고전적인 영화의 형식을 빌어와서 이야기를 이상하게 뒤집어 놓고 있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퍼시포셋의 Z를 향한 열정은 실은 그의 가족사로 시작하는 열등감, 결핍으로 기인한것이다. 그의 탐험에 대한 성취감과 욕망을 제임스그레이는 한걸음 떨어져서 아마존의 풍광을 통해 순수한 이상향으로 그려내고 있는데 우리는 그것이 너무 아름다워서 퍼시포셋의 신념을 순수하다 믿고싶어진다. 그 다음 그 환상을 영화속의 흡사 '나쁜놈'인 메레이를 통해 깨드려주고 있다. 우리는… Continue reading 잃어버린 도시 z

안녕, 트래비스

파리텍사스의 주인공 해리 딘 스탠든이 91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다. 그가 연기했던 '트래비스'란 이름은 아마도 내가 영화속 주인공의 이름을 기억하는 두명의 남자중 하나일 것이다. 파리 텍사스는 스필버그와 성룡영화를 열심히 보러다니던 내 삶을 완전히 흔들어버렸다. 살면서 그런 경험이 다시 있었을까 싶다. 이 영화에서 영화란 이야기도 아니었고 감동도 아니었고 교훈도 아니었다. 트래비스와 아들의 사막을 걷는듯한 감정을 2시간동안 따라가게 한다음 그걸… Continue reading 안녕, 트래비스

밤의 해변에서 혼자

나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렸다'를 보고 배우들이 술김에 "사랑해요"를 남발할 때 이게 왠지 진심일것 같다는 이야기를 쓴적이 있다. 밤에 해변에서 혼자는 어쩔수 없이 홍상수와 김민희의 사랑 혹은 불륜으로 읽히는 영화다. 이 영화는 지금까지 홍상수 영화중에 가장 낭만주의적이며 가장 직설적이란 사실에 놀라게된다. 깨어도 깨어도 자꾸만 꿈인 세상. 낮의 해변에 혼자 누웠있지만 마음은 밤인 세계. 내 기억에… Continue reading 밤의 해변에서 혼자

침묵

오늘 아카데미 시상식 발표가 있었는데 문라이트가 작품상을 탄 것은 살짝 신선한 충격이었다. 문라이트는 나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못한 지루하고 상투적인 영화였지만 그래도 흑인게이가 정체성을 찾아가는 영화에 그랑프리를 주는것은 아카데미가 이렇게 변했구나, 혹은 내가 아카데미가 변한걸 눈치못챌 만큼 늙었구나 같은 생각들이 스쳤다. 게다가 이 영화는 인류구원이나 화해의 거창한 메세지도 아닌데 오스카상을 받다니 말이다. 반면 며칠전 프랑스… Continue reading 침묵

태풍이 지나가고

우선 내 생각에 이 영화의 제목이 '태풍이 지나가고' 보다는 '태풍이 몰아치던 밤' 정도가 더 적당한게 아닌가 생각된다. 태풍이 지나가고 - 라는 제목은 영화를 결론 짓고 거기에서 교훈을 얻고자 하는 인상이 강한데 이 영화의 핵심은 아무래도 태풍이 몰아치는 그 밤의 사건에 있기 때문이다. 부인과 이혼중인 료타는  돌아가신 아버지의 유품을 몰래 가져가 팔거나 어머니의 돈을 훔치는등 아직도 사회가 요구하는 남편이나 아버지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Continue reading 태풍이 지나가고

찬란함의 무덤

나에게 딱 두명의 영화감독을 뽑으라면 한명은 브레송이고 다른 한명을 아핏차퐁위라세타쿤이라는 것이 확실해졌다. 찬란함의 무덤은 근 10년간 본 영화중 최고였던것 같다. 그는 대상의 영혼을 찍는 법을 알고 있는것 같다. 그 대상이 생명체이든 아니든 상관이 없다. 심지어는 빈 공간을 찍어도 거기에 무엇인가 존재하는 것 처럼 느껴진다. (어쩌면) 유물론자일지도 모르는 나의 이성조차도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그런 세계가 있다. 그는 몸을 통해 다른… Continue reading 찬란함의 무덤

미드나잇 스페셜

그 해 테이크 쉘터로 잊지못할 강렬함을 남겨주었던 제프 니콜스 감독의 미드나잇 스페셜은 올 해 상반기 내가 본 최고의 작품이다. 까이에가 만점에 가까운 별점을 날렸던 토드 헤인즈의 캐롤 보다도, 핑거스미스의 빅토리아 시대의 풍경을 자신만의 미장센의 공간으로 끌어들인 박찬욱의 아가씨 보다도, 그리고 기독교와 샤머니즘의 이종교배 그러나 결국은 하나인 곡성보다도 훨씬 흥미롭고 흥분되는 작품이었다. (사실 세 영화는 기대보다 또는 소문보다… Continue reading 미드나잇 스페셜

마션

마션을 보기전 극장에서 예고편을 보는데 한국영화는 온통 연쇄살인과 죽음뿐이다. 잡아도 잡아도 연쇄살인범들은 새롭게 등장하고 사람들은 계속 죽어나간다. 자살이 일상인 나라에서 살인이라는 테마가 영화의 일등소재라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공포영화를 볼때 사람들은 스크린속 살인의 끔찍함을 통해 현실이라는 위치에 안도하지만 한국영화의 살인은 현실로 치환된다. 극장문을 나서도 우리는 살인범으로 부터 벗어날수 없다. 왜냐하면 자살이라는 죽음은 사회학의 문제기 때문인다. 고로 이 사회의 시스템이… Continue reading 마션

지금은 맞고 그 때는 틀리다

홍상수의 지금은맞고그때는틀리다-는 마치 모든비평을 피해가는 영화같으며 동시에 모든비평이 수용되는 영화같기도 하다.  그의 영화를 하도 보다보니 영화에서 계속되는 반복의 상황들과 영화속의 대화들은 이제는 다른 뜻으로 다가오기까지 한다. 예를 들면 생활의 발견에서 예지원이 처음만난 김상중에게 성관계중에 '사랑해'라고 말해 폭소를 자아내던 그 상황이 이 영화속에서도 비슷하게 술자리에서 연출된다. 춘수는 술을 마시다 처음 만난 희정에게 느닷없이 사랑한다고 말한다.그렇지만 의미없는… Continue reading 지금은 맞고 그 때는 틀리다

정확한 사랑의 실험

신형철 문학평론가가 팟캐스트를 그만두었다. 이야기는 표피이고 카메라와 쇼트, 그 이야기가 이 자리에 있어야 하는 의미를 바라보는 습관에 익숙해져서인지 문학에서 이야기란 고백하자면 늘 고역이었다. 그 구구절절한 묘사가 싫었다. 그러나 신형철의 문학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는 문학이 더 위대하다고 말할순 없었지만 문학이 더 세심하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그의 말투가 세심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혹은 나에게 지금 필요한것은 저 위대한 거대담론이 아니라 세심한 위로였을지도… Continue reading 정확한 사랑의 실험

영혼의 목소리

알렉산더 소쿠로프 감독의 1995년작 영혼의 목소리는 5시간 30분짜리 다큐멘터리다. 나는 요즘 동시대의 영화에 거의 흥미를 잃었다. 그래서 오즈의 dvd 30편을 하나씩 꺼내 보고 있다. 그러다가 우연히 접하게 된 소쿠로프의 영혼의 목소리는 나를 격한 감정에 휩싸이게 만들었다. 일단 나는 5시간 30분의 5개의 파트중 3편까지 보았다. 그리고 첫번째 에피소드에서 받은 감정의 정서는 생애를 통털어 몇 안되는 경험이었다. 영화에는 아무것도 없다. 아무런 기호도 상징도… Continue reading 영혼의 목소리

지나가는 마음

'창부는 손님에게 반했다고 하고 손님은 오지 않을 꺼면서 또 오겠다고 하네' 오즈 야스지로의 1933년 작품 '지나가는 마음' 유성영화의 시대에도 무성영화를 만들었던 오즈의 작품이다. 다음 장면은 하루에가 지로와 다투다가 사랑을 고백받는 장면이다. 오즈 외에는 다른 어디에도 볼수 없는 파격적은 쇼트가 정말 압권이다. 둘은 계속 마주보고 있는 상황인데 프레임 안에서 둘은 끝까지 일관되게 왼쪽만 바라보고 있다. 규칙을 따르자면 대화할때 한쪽이 프레임의 왼편을 바라보면… Continue reading 지나가는 마음

晩春

오즈 야스지로의 만춘 - 늦은 봄-을 오랜만에 다시 보았다. 만춘에는 그야말로 아름다운 씨퀀스가 너무 많아서 위의 씨퀀스는 영화에서 핵심적인 위치를 차지 하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어서 남겨놓는다. 물론 내가 좋아하는 raff의 cavatina를 들을 수 있는 시퀀스이기도 한다. 쇼트 1에서 핫토리는 노리코에게 바이올린 연주회를 가자고 제안한다. 쇼트 2에서 노리코는 자신을 위해 티켓을 산거냐고 묻는다. 왜냐하면 핫토리는 곧… Continue reading 晩春

가장 따뜻한 색 블루

어느 감독의 인터뷰서 '돈이 안됨에도 불구하고 대중과 타협하지 않고 영화를 찍는 이유는 세상 어딘가 한명의 관객이라도 제 진심을 알아주고 찾아와줄꺼라는 믿음 때문입니다.'라는 글을 읽었었다. 나는 글을 읽으면서 내가 그런 관객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었었다. 그리고 여러 영화정보들을 보면서 내가 올해 첫번째로 봐야할 영화는 소쿠로프의 다큐멘터리 '영혼의 목소리'라고 결심했었다. 그러나 무려 5시간 28분 짜리 이 영화는 이틀에 나눠서 할뿐더러  여러가지 악조건을 골고루 갖추었다. 그 영화가 요즘 나의 무의미하고 더러워진 타협의 삶에 살아있을 이유를 찾게 해줄것이라고 생각했었지만 어쨌거나  백가지 핑계를 대며 가지 못했다. 아니 가지 않았다. 나는 그 한명이 될수 없었던 걸까. 파리의 시네마테크 프랑세즈보다 먼 서울아트시네마여. 인천의 시네마테크에서 본 압델라티프 케시시의 가장 따뜻한 색 블루는 다시한번 세계영화제 그랑프리와 나는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다. 칸 영화제에 비교하자면 나는 주목할만한 시선 쪽이 훨씬 내가 생각하는 영화와 닮아있다. 물론 가장따뜻한 색 불루는 이마를 잘라버린 얼굴의 클로즈업으로 인물들의 내면을 드러내는 섬세한 프레임. 새로운 씬이 시작되자마자 느닷없이 감정이 폭발하는 장면들. 뒤이어 바로 붙는 담담한 표정의 수업들은 얼마나 앞뒤에 많은 장면들을 연기하고 잘라냈을지 짐작이 간다. 압둘라티프 케시시는 무엇보다 사랑의 낭만을 믿는 사람이다. 홍상수나 브레송이 표정을 지워버린 배우들과 반대로 이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얼굴로 영화를 이끌어간다. 거기에 몸에 대한 욕망이 있고 버림받음에 대한 좌절이 있다. 구구절절 화면가득 사연어린 얼굴이 프레임을 가득 매운다. 나는 사랑의 낭만성을 반대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너무나 고전적이다 못해 상투적인 영화의 문법들. 은유들. 가장 따뜻한 색 블루- 라는 제목처럼 대놓고 나오는 파란색의 머리와 파란색의 드레스. 그리고 색체의 대비가 대놓고 나오는 미장센들. 식욕과 성욕의 메타포들. 소설에서 빌려온 대사들. 철학에서 빌려오는 정의들. 회화와 조각에서 빌려온 육체와 정사씬들, 나는 이영화가 영화적 쾌감이기 보다는 영화가 얼마나 다른 예술을 차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예라고 생각될 뿐이었다. 특히 섹스씬은 느닷없이 커트되는 쇼트들로 인해 영화가 얼마나 많은 장면들을 찍고 또 찍은 다음 편집을 한 것인지 짐작케 하지만 그 편집의 배열은 의미없이 붙여져서 섹스가 실패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물론 남성성의 위협으로 부터 벗어난 이 두 여성의 성관계에 존재하지 않는 남근이 씨퀀스의 중심에 있는것은 매우 인상적이나 어디까지나 그건 영화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분석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대신 이 영화의 가장 아름다운 장면들은 대화에서 계속 반복되는 샷 리버스 샷들. 눈썹에서 그 아래로만 촬영된 인물들의 클로즈업, 그 프레임속 시선의 교차와 입술의 표정을 잡아내고  계속 밀어붙이는 뚝심. 오히려 난 욕망이 아니라 욕망이 발현되는 눈과 입의 행위에 관한 영화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지만 그 공들인 씬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에도 불구하고 미카엘 하케네의 아무르를 봤을때와 같은 그 실망감. 이미 영화를 너무 많이 봐버린 나에게는 뻔한 이야기. 보편적 결말. 창조적 영감대신 지루한 3시간 이었다. 영화는 나에게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았다. 늘 생각하지만 배우가 연기를 잘못하면 영화는 코미디가 되버린다. 그런데 영화가 배우의 연기에 몰두하는 순간 카메라가 존재하지 않는다. 나는 늘 뒤쪽이 예술로써의 영화를 더 위협한다고 생각한다.

2013년 베스트 10

1. 일대종사, 동사서독 리덕스 - 왕가위 3. 누구의 딸도 아닌 혜원 - 홍상수, 사랑에 빠진 것처럼 -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5.호수의 이방인 -알랭 기로디 6. 우리에겐 교황이 있다 - 난니 모레띠 7. 테이크 쉘터 - 제프 니콜스 8. 홀리 모터스 - 레오스 카락스 9. 파우스트 - 알렉산더 소쿠로프 10. 프라미스드 랜드 - 구스 반 산트 [누구의… Continue reading 2013년 베스트 10

설국열차

봉준호는 자본주의 계급사회에서 노동자는 자본가에게 맞서는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 자체에 맞서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정작 자신은 헐리우드 진출을 위해 놀랍도록 영화적 관습과 상투성으로 가득한 영화를 만들었다. 반복되는 열차칸만큼 반복되는 설교의 지루함. 열차를 통과하기 위한 사지절단의 잔혹함은 실은 계급 투쟁의 결과물이 아니라 영화의 지루함을 감추기 위한 장치일뿐이다. 많은 감독들이 유명세를 떨치면 헐리우드로 진출한다. 그런다음 거기서 그들의 필모그래피중 가장 나쁜 영화를… Continue reading 설국열차

카라아게를 먹고 앤젤스 셰어를 보고 테이크 쉘터에 대해 쓰다

콜레스테롤이 정상으로 돌아오고 제일 먹고 싶었던 카라아게를 드디어 먹었다. 왜 그렇게 금지된 음식은 상상속에서 황홀한지 모르겠다. 심야식당 시즌 2의 2화 -  해주는대로 안먹으면 한대 맞을것 같은 주인장 아저씨의 카라아게를 턱을 괴고 침을 넘기며 몇번을 봤는지 모른다. 그러나 드디어 먹은 카라아게는 단지 카라아게일뿐. 하하. 승권이가 먹더니 "그냥 닭튀김인데요?" 란다. 그냥 닭튀김이라니! "카라아게는 다리살로만 만들고 튀김옷을 녹말로 만들고 간장을 베이스로… Continue reading 카라아게를 먹고 앤젤스 셰어를 보고 테이크 쉘터에 대해 쓰다

밥상에서 생각한 스토커와 라이프 오브 파이

오늘은 청량산 밑자락 어느 순두부 집에서 밥을 먹었다.  반찬이 많은 것이 미덕인 한국사회에서 5천원을 받고 이런 상차림으로 장사를 한다는건 여간한 배짱이 아닐것이다. 동시에 이루어내는 어떤 신뢰성. 이 꾸미지 않은 소박함에 진정성이라 믿고 싶은 마음이 슬며시 자리한다. 실은 정말 이 집이 어떤 재료로 순두부를 만드는지 알수는 없다. 마치 비슷한 모양새의 을밀대가 사실을 미원범벅이었던 것처럼 현실은 나의 생각과는 다를수 있다.… Continue reading 밥상에서 생각한 스토커와 라이프 오브 파이

영화 베를린에 들어있는 어떤 징후

자본주의가 사회주의를 공격할때 항상 하는 말 중 하나가 사회주의는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의 사이에서 빚어내는 계급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스스로 지도층이 노동자를 착취하는 권력의 새로운 계급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렇게 사회주의가 사라져가는 동안 자본주의는 글로벌이라는 새로운 생태안에서 더욱 당당하고 뻔뻔하게 부르주아와 플로레타리아의 계급을 더욱 확장시켜 미국의 재편이라는 거대한 계급을 만들었다. 미국은 최상위층에서 유럽과 소위 선진 아시아를 아래에 두고 그 밑으로… Continue reading 영화 베를린에 들어있는 어떤 징후

새들의 노래

알베르 세라의 새들의 노래는 동방박사 3명이 아기예수께 경배를 드리러 가는 영화이다. 한시간 반 남짓한 영화에는 3명의 동방박사가 그저 사막을 걷고 화산지대를 걷고 바다를 만나고 다시 광야를 걸어 예수를 만나러 가는 풍경을 보여준다. 그리고 영화 시작 40분이 흐르면 마리아와 요셉이 하염없이 앉아 짧은 대화를 나누는 장면들이 20분간 이어진다. 그 후에 그 자리에 동방박사가 찾아온다. 경배를 드린다.… Continue reading 새들의 노래

안젤리카의 이상한 사례

무려 102살에 마누엘 데 올리베이라 감독이 만든 안젤리카의 이상한 사례는 영화의 회화적 전통이 21세기에도 여전히 얼마나 찬란한가를 보여주는 가슴 뭉클한 경험이다. 올해 본 소쿠로프의 영화들 또한 회화적 전통에 있긴 하다. 하지만 소쿠로프는 카스파 다비드 프리드리히의 풍경을 가지고 와서 거울에 비춘 후 그 이상하게 일그러진 거울의 풍경을 통해 내면의 슬픔의 실재를 찍었다. 주인공들은 죽음이라는 비극앞에서 망연자실한다. 반면 올리베이라 감독의… Continue reading 안젤리카의 이상한 사례

힐링타임

25일 크리스마스를 맞아하여 힐러 3명과 파티를 맺고 힐링에 버프를 받으러 벙커1에 갔었다. 선거에 승리했으면 축제분위기였을 벙커는 사람이 북적북적해도 어딘가 서늘했다. 들리는 말에 의하면 김총수와 주기자는 한국을 떳다고 한다. 그리하여 아'에리카'노와 비비케이크, 조롱과 풍자가 넘쳐나는 이 메뉴판은 레이디 가카가 펼치는 '새마음운동' 시대를 맞이하야 언제까지 유효할지 모르겠다. 슬프다. 자본앞에 가치가 무릎꿇는 시대여. 올해 칸느의 선택은 미카엘하네케의 '러브'다.… Continue reading 힐링타임

아, 테렌스 멜릭이여

고딩시절 mbc 에서 해주던 주말의 명화에서 천국의 나날들을 해준적이 있다. 마지막 리처드 기어가 총에 맞아 쓰러지는 장면을 물속에서 촬영한 부분이 있는데 그 장면이 당시에 얼마나 충격적이었는지 아직도 뇌리에 각인되어 있다. 그리고 감독의 이름을 외운건 후에 그의 걸작이라고 일컫는 황무지를 보고 나서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지. 황무지는 봤는데 길거리에 덩그러니 등장한 소녀의 이미지 외에는 생각나는게 별로… Continue reading 아, 테렌스 멜릭이여

정경화 바이올린 독주회

점점 아무것도 아닌게 되어가는 바이올린의 선율이 나의 슬럼프 때문인지 정경화의 연주가 불안하고 힘들었기 때문인지 나도 모르겠다. (감히 별루 였다고는 말할수 없음으로) 내가 바이올린의 테크닉적인 면이나 악보의 어려운 부분들을 잘 알아서 헛점이 잘 보였기 때문에 "너무 많이 아는 것이 결코 행복한건 아냐"라고 말했다 (그러나  행복한 돼지가 되고 싶진 않다) 눈물을 멈추게 하는 슬픔의 브람스나 깨지도록 빛나는 아름다움의 프랑크는 없었다. 브람스와 프랑크,… Continue reading 정경화 바이올린 독주회

B의 슬픔을 위한 C

아이다호의 스틸을 보면서 구스 반 산트가 아이다호를 찍었을때 거의 지금의 나의 나이와 비슷하다는것을 깨달았다. 20년 전에 내가 그것을 보았을때 나는 리버피닉스의 나이와 같았기 때문에 이 영화가 너무나 쓸쓸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세월이 지나 다시 그 스틸을 보니 아이다호는 마흔살이 기억하는 스무살의 이야기였다. 그래서 길에 버려지는 청춘은 차란하고 아름다운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다호가 끝내 먹먹한 이유는 산트가 끝내… Continue reading B의 슬픔을 위한 C

바흐 이전의 침묵

그동안 많은 '영화'음악들이 있었고 '음악'영화들이 있었다. 그러나 나는 정작 영화'음악'을 본 기억은 거의 없다. (고다르의 미녀갱 카르멘은 아직 음악의 형식과 영화의 형식사이에 무슨 관계가 있는지, 영화의 쇼트가 음악의 마디와 어떤식으로 관계하는지 연구해보진 못했다. 이것을 대학원 논문으로 쓰고 싶은데 음악대학원 기악과에서 영화와 음악의 관계가 심사 통과할수 있는 확률은 없다고 본다) 나는 이 셋의 차이가 아주 크다고… Continue reading 바흐 이전의 침묵

인셉션이 열린 결말이라는 착각

인셉션의 라스트씬 때문에 관객들 사이에선 마지막 집으로 돌아온 코브의 장면이 현실일까 꿈일까 많은 논란과 화제를 낳는 중이다. 그러나 사실 관객이 혼란스러워지기 시작한건 돌아오는 비행기에서 코브가 눈을 뜨면서 부터다. 코브가 갑자기 눈을 뜨면 클로즈업으로 그의 눈이 보인다. 다음 컷에서 이 상황을 어리둥절해 하는 그의 얼굴이 보인다. 이건 마치 '자 이 영화의 꿈의 주제는 바로 너였어'라고 말하는것… Continue reading 인셉션이 열린 결말이라는 착각

게리

나는 영화에서 음악이 사용될 때 음악이 독립적으로 쓰여야 한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것이 영화와 음악 모두의 예술성의 가치를 손상시키지 않는 예의라고 생각한다. 구스 반 산트는 영화에서 음악을 함부로 잘라내지 않는다. 긴장감의 고조나 극적인 연출을 위한 부자재로 쓰는 것이 아니라 그 음악을 온전히 드러내기 위해 사용한다. 고다르의 경우는 오히려 음악을 절단함으로 음악의 고유영역을 드러낸다. 브레송은 음악의 마디를… Continue reading 게리

밀크 – 옷장의 안과 밖

구스 반 산트의 영화가 모두 그렇듯이 영화 밀크도 수수께기 같은 씬들이 가득하다. 특히 위에 보이는 장면은 얼핏 보기에도 말이 안된다. 대화하는 첫째 샷이 보여지고 아래가 이어지는 리버스 샷이라면 아래 사진에서는 오른쪽으로 댄의 뒷모습이 보이고 그의 어깨를 걸쳐 건너편 왼쪽에 밀크가 보여야 된다. 그런데 이 장면은 그 반대다. 말하자면 보이는 그대로 페이스 오프, 혹은 거울인거다. 그럼… Continue reading 밀크 – 옷장의 안과 밖

경계도시 2

2003년에 나는 경계도시1편을 kbs에서 돈을 내고 다시보기로 봤었다. 영화속에서는 송두율 교수의 귀국이 좌절되는 순간들이 펼쳐졌다. 그런데 영화가 상영된후 2003년 영화 '경계도시'는 '경계인'을 이땅으로 불러들였다. 송두율 교수는 그의 숙원대로 조국땅을 밟은 것이다. 영화의 욕망이 현실에서 실현되는것처럼 보였다. 그런대 현실의 조국은 송두율을 구속하고 수감하고 내쫒았다. 그리고 2010년 초계함 침몰로 언론들이 한바탕 북한드립을 치는 날 나는 경계도시2를 봤다.… Continue reading 경계도시 2

오래전 어떤 영화음악

80년대 한창 '누벨이마주'라는 프랑스 영화의 어떤 경향이 유행하던 시기가 있었다. 누벨 이마주의 대표주자로는 당시에 너무도 화제를 모았던 레오 까락스의 뽕네프의 연인들을 비롯, 그랑블루를 만든 뤽베송과 함께 베티블루 37.2 의 장자크 베넥스가 있었다. 그래서 영화좀 본다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는 이들 영화를 보는것이 마치 스타벅스 아메리카노를 테이크 아웃해서 뽐내듯 길을 걷는 어떤 의식처럼 생각되었다. 물론 나도 영화마을을… Continue reading 오래전 어떤 영화음악

라스트 데이즈

타쿤은 밀림으로 간다. 살아남기 위해 왕가위의 사람들은 먼저 버리거나 거절을 한다. 살아남기 위해 차이밍량은 과장된 노래를 불러야 하고 끝내 버티고자 구스 반 산트의 인물들은 걷는다. 사막을 걷고(GERRY) 복도를 걷고(엘리펀트) 숲속을 걷는다.(라스트데이즈) 그리고 그것을 멈추는 순간 그 도착지에는 죽음이 있다. 죽이거나 죽거나 어떻게든 그것만이 모든 것을 해소시킨다. 소통은 어차피 불가능하므로 방법은 그것뿐이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껏 나와… Continue reading 라스트 데이즈

브로크백 마운틴

1997년 왕자웨이의 <해피투게더>는 동성애를 다루었다는 이유로 수입이 금지되었다. 뿐만 아니라 그 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조차 <해피투게더>는 일반인의 관람이 금지되었다. 해피투게더는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거머쥐었지만 한국에서는 1년 후에나 그것도 잘린 필름으로 상영되었다. 이유는 국민의 보편적 정서와 윤리에 반한다는 것. 당시에 보편적 정서의 기준이 심의위원들의 정서인지 국민 48,396,208명 중 48,396,207명 붉은악마만큼을 가리키는 것인지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어쨌거나 그랬다.… Continue reading 브로크백 마운틴

정은임과 정성일

정은임 FM 씨네마떼끄. FM 영화음악, 언젠가 '내 일기장 속 영화' 에서 어느 분이 그렇게 말씀하셨죠? 이 분의 말씀을 들을 때에는 마치 간첩이 되어 암호문을 해독하는 것 같은 그런 비장함과 그런 심각함과 그리고 남모를 어떤 정서를 가지고 늘 방송을 들었다구요. 자, 다시 수첩들을 준비하셨습니까? 그리고 볼륨을 높이셨나요? 예. FM 씨네마떼끄, 이 달부터 한 달 동안 영화평론가… Continue reading 정은임과 정성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