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적 아내와 ADHD 남편: 왜 관계는 지속되는가?

 

강박적 성격의 아내와 ADHD 성향의 남편은 겉보기에는 극과 극의 성향이지만, 처음 만날 때는 “반대 성향의 매력”을 통해 강하게 서로에게 이끌릴 수 있다. 예를 들어, 강박적 성격을 지닌 여성 A씨는 처음 만난 남성 B씨의 자유분방한 유머 감각과 즉흥적이며 활력 있는 모습에 끌렸다. 평소 원칙과 통제 속에 스스로를 엄격히 묶어두었던 A씨에게 B씨의 자발성와 창의성은 신선한 해방감과 활력의 원천처럼 느껴졌다. 한편 B씨 역시 체계적이고 신뢰감 있게 생활을 꾸리는 A씨의 모습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늘 산만함과 충동성 때문에 삶이 혼란스럽던 B씨에게 A씨의 질서 정연함과 책임감은 안정적 기반과도 같아 보였다.

이처럼 상반된 두 사람은 서로에게 없는 부분을 상대에게서 발견하며 보완적인 파트너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강박적 성향의 사람은 상대의 자발성과 유연함을 통해 자신의 억눌린 욕구를 대리 충족하고, ADHD 성향의 사람은 상대의 조직력과 책임감을 통해 자신의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심리적 보완자를 찾는다. 정신분석적으로 보면, 초기의 강한 이끌림에는 이상화와 투사의 기제가 작용한다. 아내는 남편의 자유로운 모습을 자신이 갖지 못한 해방된 자아의 모습으로 이상화하고, 남편은 아내의 질서정연함을 자신을 이끌어줄 이상적 부모상으로 투사한다. 이러한 긍정적 투사는 연애 초기에는 서로에 대한 강렬한 매력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A씨와 B씨가 교제 초기 가졌던 이미지 — “A씨는 나를 잘 이끌어줄 현명하고 안정적인 사람”, “B씨와 함께 있으면 내 삶도 밝아지고 즐거워질 것” — 같은 환상은 관계 발전의 추진력이 되었다. 그러나 동시에 이처럼 내재된 성격 차이는 결혼 생활이 진행됨에 따라 갈등의 씨앗이 될 소지를 안고 있었다. 즉, 처음에는 상호보완적으로 보였던 특성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호 충돌을 일으키는 특성으로 변모할 가능성이 있었던 것이다.

시간이 흐르면서 A씨와 B씨의 일상에는 크고 작은 부딪힘이 잦아졌다. B씨는 종종 약속 시간을 잊거나 물건을 제자리에 두지 않는 등 사소한 부주의로 문제를 일으켰고, 그럴 때마다 치밀하고 완벽주의적인 A씨는 불안과 분노를 느끼며 남편을 강하게 질책했다. 예컨대 B씨가 공과금 납부 기한을 잊어버려 연체가 되자, A씨는 감정이 격앙되어 “도대체 왜 이렇게 기본적인 것도 못 챙기냐”고 책망하였다. B씨는 미안한 마음에 사과하지만, 반복되는 비난에 점차 위축감과 반발심이 쌓여 갔다. 그는 때로는 “알겠으니 그만 잔소리해”라며 신경질적으로 반응하고, 때로는 아내의 잔소리를 모면하고자 문제를 숨기거나 변명을 늘어놓기도 했다. 이러한 상호작용은 시간이 지날수록 굳어져, 마치 정해진 각본처럼 남편의 부주의 → 아내의 질책 → 남편의 위축 또는 반항 → 다시 부주의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되었다.

이러한 반복적 갈등에는 각자의 심리 역동이 관여한다. 강박적 성향의 A씨에게 규칙과 질서는 자기 통제와 안전감의 핵심이다. 남편의 사소한 실수조차 A씨에게는 자신의 세계가 흔들리는 위협으로 지각되기 때문에, 그녀는 극심한 불안과 함께 분노로 반응하게 된다. A씨 입장에서 B씨의 행동은 “나를 존중하지 않고 문제를 일으키는 태만함”으로 여겨져 용납하기 어려운 것이며, 따라서 비난과 통제를 통해서라도 질서를 바로잡으려 한다. 한편 B씨는 ADHD적 특성으로 인해 실제로 실수를 저지르기 쉽지만, 아내의 지속적인 비판은 그로 하여금 만성적인 열등감을 느끼게 하고 방어적으로 만들었다. 그는 자신이 “늘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에 속으로는 위축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끊임없이 지적당하는 상황에 반감과 좌절을 쌓아 갔다. 그 결과 B씨는 의식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아내의 통제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회피하거나 심지어 더 고집스럽게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경우마저 생겼다. 예를 들어 아내가 잔소리를 심하게 할수록 오히려 더욱 말을 듣지 않거나 일부러 늑장을 부리는 식의 행동이다. 이런 그의 태도는 다시 A씨의 불안을 자극하여 통제를 강화하게 만들고, A씨의 잔소리가 거세질수록 B씨는 더욱 마음의 문을 닫고 단절함으로써 둘 사이의 악순환은 공고해졌다.

이 반복되는 갈등의 춤은 심리적으로 “추격자-도피자”의 전형적인 상호작용으로 이해될 수 있다. 불안을 느낀 아내는 남편을 더 다그치고 쫓아다니며 (전화로 확인, 세세한 지시, 감정적 호소), 압력을 느낀 남편은 더욱 도망치듯 정서적 거리를 벌리며 (말없이 회피, 혹은 집을 나가 버리는 등) 서로의 행동을 강화한다. 또한 정신분석적으로 이는 부모-자녀 관계의 재현과도 유사하다. A씨는 엄격한 부모처럼 남편을 꾸짖고 가르치려 들며, B씨는 반항하거나 주눅든 아이의 위치를 취한다. 이런 역할 고착은 사실 두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익숙하게 받아들인 관계 패턴일 수 있다. 즉, A씨와 B씨 각각의 내면에 자리한 과거 부모나 보살핌 경험의 대상 표상이 현재 배우자와의 관계에 투영되어, 서로를 향한 반응 양식으로 반복되는 것이다. 그래서 비논리적이고 비생산적으로 보이는 이 부부 싸움이 끊임없이 반복되며 고착되는 배경에는, 과거로부터 학습된 익숙한 정서 시나리오가 작동한다고 볼 수 있다.

이 부부의 역동을 겉에서 보면 A씨(아내)만 일방적으로 손해를 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실제로 A씨는 남편의 실수를 수습하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고, 끊임없는 스트레스와 분노로 정서적 소모를 겪는다. 그러나 심층 심리적 수준에서 살펴보면, A씨 역시 이 관계를 통해 일정한 이득을 얻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불균형이 지속되는 측면이 있다. 첫째, A씨는 가정 내에서 우월한 지위와 통제권을 확보한다. 늘 옳고 책임감 있는 사람으로 남음으로써 그는 자기 자신에 대한 긍지를 유지하고 불확실한 상황에서 오는 불안을 통제할 수 있다. 남편이 지속적으로 실수를 저지르는 한, 아내는 도덕적·능력적으로 자신의 우위를 확인하며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다. 둘째, A씨는 “나 없으면 이 사람은 생활이 안 된다“는 신념을 통해 자신의 존재 가치를 확인한다. 남편의 부족함을 돌보고 챙겨주는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그는 자신이 가정에서 필수불가결한 존재라는 느낌을 갖는다. 표면적으로는 “당신 때문에 내가 고생이야”라고 불평하지만, 내면에서는 자신이 헌신적으로 가정을 지탱하고 있다는 은근한 자부심을 느끼는 것이다. 셋째, 이러한 희생적 역할은 A씨로 하여금 일종의 순교자적 자기이미지를 갖게 한다. 본인은 피해자라고 생각하면서도, 사실은 그 역할 수행을 통해 도덕적 우월감과 의무를 다하는 만족감을 얻는다. 요컨대 A씨는 남편을 통제하고 돌보는 데에 몰두함으로써 자신의 내면적 불안(무가치감이나 통제 상실에 대한 두려움 등)을 직면하지 않아도 되는 심리적 회피 이득까지 얻고 있는 셈이다.

마찬가지로 B씨(남편) 역시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이 관계에서 은밀한 이득을 얻는다. 우선 아내가 가정의 많은 부분을 조직하고 관리해주기 때문에, B씨는 자신의 약점으로 인한 현실적 책임을 일부 면제받는다. 예를 들어 시간 관리, 가계부 정리, 자녀 양육의 일정 조율 등에서 아내가 주도권을 쥐면, B씨는 자신의 실행 기능 부족이나 책임감 결여가 초래할 심각한 결과를 직접 마주하지 않고도 일상을 유지할 수 있다. 이는 편의뿐 아니라 심리적으로도 안도감을 준다. 둘째, B씨는 아내의 잔소리를 들으면서 어느 정도 죄책감의 해소와 보호받는 느낌을 동시에 경험한다. 만약 그가 어린 시절 부모에게 꾸중을 들으면서도 동시에 보살핌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면, 아내의 질책은 그에게 익숙한 애정의 표현으로 무의식적으로 해석될 수 있다. 즉 “나를 이렇게까지 신경 써주니 잔소리도 한다”는 식의 왜곡된 위안이다. 실제로 B씨는 아내에게 혼난 후 스스로를 크게 변화시키지는 못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잘못에 대한 속죄를 하고 관계를 수복한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셋째, 아내의 비판적 태도는 B씨에게 외부화된 초자아 역할을 한다. 아내가 끊임없이 지적해주기 때문에 B씨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 스스로 자책하거나 반성할 필요가 적어지는 역설적 상황이 생긴다. 다시 말해, 그의 내면에서는 “내 잘못을 아내가 벌써 꾸짖었으니 나는 그걸로 됐다”는 식의 무의식적 면죄부가 작동할 수 있다. 이는 오히려 그가 내적 긴장이나 죄책감을 덜 느끼게 만들어주는 효과가 있다. 결과적으로 B씨는 표면적으로는 아내의 잔소리를 피하고 싶어 하지만, 동시에 그 잔소리가 주는 구조와 안정감에 심리적으로 의존하게 된다. 아내라는 감독자가 있음으로써 생활이 유지되고 있다는 안도, 그리고 자신은 아이처럼 돌봄을 받고 있다는 은밀한 편안함이 그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것이다.

이처럼 두 사람은 갈등 속에서도 서로에게 깊이 의존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호의존적 관계는 일종의 무의식적 계약으로 굳어져 있다. 아내는 남편의 보호자이자 통제자의 위치를 굳건히 하고, 남편은 아내의 피보호자이자 피지배자의 위치를 받아들임으로써, 각자 자기 내면의 불안과 욕구를 상대를 통해 충족시키는 심리적 공생에 이르렀다. 따라서 표면적으로는 불만과 다툼이 끊이지 않더라도 이들은 쉽게 관계를 끊지 못하고 지속하게 된다. 갈등 자체가 두 사람을 이어주는 유대의 한 형태가 되어 버린 것이다. 서로가 상대방 없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할 것이라는 암묵적 믿음, 그리고 갈등을 통해서라도 지속적으로 연결되고자 하는 애착의 고리가 이 관계를 지탱하는 숨은 힘이라고 볼 수 있다.

정신분석 관점에서 A씨와 B씨의 관계를 보면, 두 사람은 각자 어린 시절의 정서적 경험과 내면 갈등을 현재의 부부관계에서 재연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프로이트의 개념인 반복 강박에 따르면, 인간은 무의식적으로 과거의 해결되지 않은 갈등을 현재의 대인관계에서 반복하며 통제 가능하게 재현하려는 경향이 있다. A씨가 끊임없이 남편을 통제하고 비판하는 모습은 어린 시절 경험과 연관지어 해석할 수 있다. 가령 A씨 자신이 성장 과정에서 과도하게 통제적이거나 혹은 정반대로 매우 혼란스러운 부모 밑에서 불안과 무력감을 느꼈다면, 이제 성인이 된 A씨는 남편이라는 대상으로 그 과거 상황을 다시 무대에 올려 자신의 방식으로 다루려 하고 있을 수 있다. 당시 어린 아이였던 그는 부모의 행동을 바꾸거나 가정을 안정시킬 힘이 없었지만, 현재는 아내로서 남편을 교정함으로써 과거의 무력감을 만회하려는 심리가 작동하는 것이다. 이는 남편 B씨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B씨가 반복해서 실수를 저지르고 아내에게 꾸중을 들으며 위축되는 모습은, 혹여 그가 어린 시절 매우 엄격한 부모 밑에서 잦은 꾸중과 질책을 받으며 자랐다면 그때의 익숙한 자기 역할을 현재 아내와의 관계에서 무의식적으로 반복하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어린 시절 내내 부모에게 혼나던 아이는 성인이 되어서도 자신을 꾸짖는 파트너 곁에 머무름으로써 묘한 익숙함과 안정감을 느끼는 역설적 현상이 생길 수 있다. 이러한 반복은 비록 고통스럽지만 한편으로는 친숙하기 때문에 변화를 회피하는 힘으로 작용한다. 또한 정신분석에서는 부부를 하나의 심리 체계로 보아, 두 사람이 마치 한 마음을 공유하듯이 서로의 방어에 참여하는 현상을 설명하기도 한다. 이 경우 한 배우자가 다른 배우자의 무의식적 갈등을 맡아 연기해주는 양상이 나타나는데, A씨와 B씨의 관계에서 그러한 상호 보완적 방어를 찾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부부에서는 “초자아-이드의 분업화”가 일어난 것으로 볼 수 있다. A씨는 둘의 삶에서 초자아 역할을 담당하여 규율과 비판을 전담하고, B씨는 이드 역할을 맡아 충동과 방임을 행한다. 이는 마치 한 사람의 마음 속에서 벌어지는 자아 갈등을 두 사람이 분담하여 외연화한 듯한 모습이다. 이러한 무의식적 공모 덕분에 A씨는 자신의 강박적 불안을 남편을 비난하고 교정하는 행위로 해소하고, B씨는 자신의 죄책감과 불안을 아내의 꾸지람을 통해 해소함으로써 각자의 심리적 균형을 유지한다. 즉, 둘은 한 쪽이 불안해하면 다른 쪽이 대신 분노를 표출해주고, 한 쪽이 죄책감을 느끼면 다른 쪽이 벌을 줌으로써, 서로의 내면 갈등을 대리 처리해주는 무의식적 협력을 하는 셈이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 부부관계는 두 사람 모두에게 심리내적 갈등을 완화하는 기능을 제공하기 때문에 쉽게 붕괴되지 않고 지속되는 것이다.

애착 이론의 측면에서 A씨와 B씨의 관계를 보면, 각자의 애착 유형의 상호작용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애착 이론에 따르면, 어린 시절 주 양육자와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 내적 작동모델이 성인기의 친밀한 관계에서 애착 유형으로 나타난다. A씨(아내)의 행동 패턴 — 지나친 통제와 상대방에 대한 예민한 반응 — 에는 불안-집착형 애착의 특성이 반영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불안정 애착 중에서도 집착형에 속하는 사람은 상대가 자신을 실망시키거나 떠날지 모른다는 불안을 크게 느껴, 이를 막기 위해 지나치게 통제하거나 집요하게 간섭하는 경향이 있다. A씨가 남편의 작은 실수에도 크게 동요하여 즉각적으로 비난하고 바로잡으려 드는 것은, 마음 깊은 곳에 자리한 버려짐에 대한 불안 혹은 통제 상실에 대한 두려움에 대한 과잉 보상적 반응일 수 있다. 즉, “내가 이렇게까지 강하게 붙들고 바로잡지 않으면 이 사람이 나를 떠나거나 우리 삶이 엉망이 될지도 몰라“라는 무의식적 불안이 그녀를 강박적 행동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반면 B씨(남편)는 반복되는 갈등 상황에서 아내에게 정서적으로 철수하고 자신의 세계로 도피하는 모습을 보이곤 한다. 이는 B씨가 회피형 애착의 경향을 지녔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회피형 애착 성향의 사람은 가까운 관계에서 자율성과 거리를 중시하며, 타인이 자신에게 감정적으로 과도한 요구나 압박을 가하면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도망치려는 성향을 보인다. B씨는 아내의 비난이 거세질수록 마음의 문을 닫고 무반응으로 일관하거나, 아예 신체적으로 자리를 피하는 식으로 대응한다. 이는 어린 시절 그가 정서적으로 접근하기 어려운 양육자 아래에서 자라면서 터득한 자기보호 방식일 수 있다. 즉, “상대가 나를 비난하거나 요구가 커질 때는 차라리 정을 떼고 물러서는 것이 상처를 덜 받는다”는 내적 규칙이 형성되었고, 성인이 된 지금도 스트레스 상황에서 자동적으로 그 패턴이 재현되는 것이다. 이렇듯 불안-집착형 배우자와 회피형 배우자가 만나면, 여러 문헌에서 잘 알려진 “불안-회피 악순환”이 관계에 나타나기 쉽다. 불안형인 쪽은 상대가 자신에게 충분히 맞춰주지 않으면 더욱 불안해져 추격하고 통제하지만, 회피형인 쪽은 그런 압력이 강해질수록 더욱 도피하여 거리를 벌린다. 그 결과 추격하는 쪽은 더욱 좌절하고 불안해져 통제를 강화하고, 도피하는 쪽은 더 질식감을 느껴 멀어지는 순환고리가 형성된다. A씨와 B씨의 갈등 패턴이 바로 이러한 애착적 악순환의 사례라 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악순환 자체가 두 사람 사이의 애착 유대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이다. 불안형 파트너는 상대를 쫓아가며 절대 놓지 않으려 하고, 회피형 파트너는 거리 두기를 하면서도 완전히 관계를 끊지는 않는 양가적 태도를 보인다. 결국 끊임없는 다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 모두 관계를 포기하지 않고 붙들고 있는 상태가 이어진다. A씨의 입장에서 갈등은 고통스럽지만 그 갈등을 통해서라도 남편과 연결되어 있다는 확신을 얻으며, B씨의 입장에서도 아내의 간섭과 잔소리는 번거롭지만 그것이 자신이 여전히 관계 속에 있음을 의미하기에 완전히 떠나버리지는 않는다. 이러한 애착적 관점에서 보면, 이 부부관계의 심층에는 애증이 교차하는 애착의 고리가 자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한쪽은 통제를 통해서라도 안정된 연결을 원하고, 다른 한쪽은 거리를 원하면서도 완전한 단절은 두려워하여 최소한의 연결을 유지하는 모순된 욕구가 공존한다. 이 모순적 애착 욕구가 두 사람을 갈등 속에서도 묶어두며 관계를 지속시키는 심리적 배경이라 볼 수 있다.

대상관계 이론의 관점에서 A씨와 B씨의 관계를 이해하면, 두 사람은 서로를 자신의 내적 대상의 투영물로 대하면서 무의식중에 유년기에 형성된 대상관계를 부부 사이에서 재현하고 있다. 즉, 각자가 마음속에 품고 있는 과거 중요 대상(부모 혹은 자기 자신)의 이미지를 상대 배우자에게 투사하고, 상대가 그에 부합하는 역할을 실제로 해 주기를 (무의식적으로) 기대하는 복잡한 심리극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먼저 A씨(아내)는 자신 내면의 받아들이기 힘든 측면을 남편에게 투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강박적 성향의 사람은 자기 내부에 존재하는 혼란, 충동성, 무질서한 면을 인정하지 못하고 억압하는 경우가 많다. A씨 역시 자신의 나약함이나 실수할 가능성, 통제를 잃을 수도 있는 인간적인 면을 깊숙이 억눌러두고 있는데, 이러한 그림자 부분이 남편 B씨의 모습을 통해 외부로 나타나 보이는 것이다. 예컨대 A씨는 B씨를 “믿을 수 없고 충동적이며 미성숙한 사람”으로 지속적으로 지적하는데, 이는 거울을 보듯 사실 자신 속에 있는 미성숙성과 혼돈에 대한 두려움을 남편에게서 발견해 공격하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멜라니 클라인이 설명한 투사적 동일시 개념처럼, A씨는 자신의 불안과 분노를 B씨에게 투사한 뒤, 그 투사한 부분(남편의 결함)에 집요하게 반응함으로써 내면의 갈등을 외부에서 처리하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B씨도 영향받지 않을 수 없다. 아내가 지속적으로 자신을 문제투성이로 대하다 보면, B씨는 점차 아내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과 동일시하게 된다. 다시 말해 “나는 원래 덤벙대고 믿음직스럽지 못한 사람인가 보다”라는 식의 자기개념이 강화되고, 실제 행동에서도 점점 아내의 기대(?)대로 더 부주의하고 무책임한 모습이 나오기 쉽다. 이렇게 되면 A씨의 입장에서는 “내가 맞았어, 이 사람은 원래 저래”라는 확신이 또 생겨서 더욱 남편을 통제하게 되는 악순환의 동일시가 완성된다. 부부 사이의 투사적 동일시를 통해 한 사람의 결함이 다른 한 사람에 의해 과장되고 고정되며, 다시 그것이 원투사자에게 확인되는 연쇄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B씨도 자신의 내면 일부를 아내에게 투사하고 있다. B씨 내면에도 성숙하고 질서 있는 자아의 측면이나, 혹은 그가 어린 시절 내면화한 비판적 부모상의 이미지가 있을 것이다. 그는 그것을 자신의 것이 아닌 아내의 것으로 보고, 아내를 지나치게 엄격하고 통제적인 사람으로 지각한다. 실제로 A씨가 매우 통제적인 면이 있지만, B씨의 지각에는 그의 투사가 반영되어 있을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B씨는 마음속으로 “저 사람은 왜 그렇게까지 완벽하려 드는 거지? 왜 나를 부모처럼 혼내는 거지?”라고 느끼며 아내를 거부하지만, 그 이면에는 자신의 초자아적인 면모를 아내에게 떠넘긴 심리가 있다. 이로써 B씨는 자기 스스로는 게으르고 충동적인 역할에 머물 수 있게 되고, 아내가 대신 규율과 비난을 담당해주기를 바라는 무의식적 기대가 생긴다. 결국 B씨는 아내에게서 자신이 거부하는 내면의 부모상을 외부화하여 보고 있는 셈이며, A씨는 남편에게서 자신이 거부하는 내면의 어린아이상을 보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호 투사 과정에서 두 사람은 각각 상대방이 자신의 내면 세계를 연기해주기를 요구하면서, 동시에 그로 인해 고통을 받는 모순적 상황에 놓인다. 대상관계 이론에 따르면, 이같은 부부 갈등 속에도 완전히 긍정적인 대상에 대한 기대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A씨와 B씨의 상호작용을 면밀히 살펴보면, 파괴적인 순간들 사이사이에 서로에 대한 애정과 의존의 흔적이 발견된다. 예를 들어 B씨에게 아내 A씨는 때때로 따뜻하고 믿음직한 보호자로 경험된다. B씨가 큰 실수를 했을 때 A씨는 결국 그 문제를 해결하고 가정을 안정시키는데, 이 순간 B씨의 무의식 속에서는 어린 시절 자신을 돌봐주던 “좋은 어머니”의 이미지와 아내의 모습이 겹쳐진다. 그래서 비록 잔소리를 들었지만 일이 수습되고 나면 B씨는 안심하며 아내에게 고마움과 애정을 느끼는 순간이 온다. 반대로 A씨에게 남편은 가끔 해맑고 순수한 “사랑스러운 아이”의 모습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예컨대 B씨가 엉뚱한 실수 끝에 미안해하며 건네는 순진한 웃음이나, 즉흥적으로 가족을 즐겁게 해주려고 한 행동들은 A씨의 마음에 따뜻함과 연민, 그리고 활기를 불러일으킨다. 이는 A씨 내면의 이상적 아동상 또는 과거 자신이 돌보았던 동생이나 아이에 대한 애정과 연결되어, 남편을 미워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돌봐주고 싶은 대상으로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이렇게 한 사람 안에서 좋은 대상과 나쁜 대상의 이미지가 공존하며 갈등하는 모습은 대상관계 이론의 핵심 개념인 분열과 통합 과정과 닮아 있다. A씨와 B씨는 서로를 향한 사랑과 증오의 감정을 오가면서도, 완전히 관계를 끊지 못하고 내면의 좋은 대상에 대한 희망을 붙들고 있다. A씨는 “언젠가 이 사람이 철들고 나를 이해해주겠지”라는 희망을, B씨는 “언젠가 아내가 나를 인정해주고 믿어주겠지”라는 바람을 내심 갖고 관계에 임한다. 이러한 양가감정의 공존이 오히려 관계를 지속시키는 힘이 된다. 대상관계 이론의 시각에서 정리하면, 이 부부는 서로가 상대의 내면 세계를 비추는 거울이자 유년기의 중요 대상과의 관계 패턴을 재현하는 무대가 되고 있으며, 그 무대 위에서 분열된 자아와 대상의 부분들(이상화된 좋은 면과 혐오스러운 나쁜 면)을 서로 교환하면서 복잡한 유대를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강박성 성격을 지닌 아내와 ADHD 성향의 남편으로 이루어진 부부관계는 겉보기에는 끊임없는 충돌과 불균형으로 힘겨워 보인다. 그러나 살펴본 바와 같이, 그 심층에는 복잡하면서도 견고한 심리적 접착제가 존재한다. 이들은 각자의 내면 갈등과 욕구를 부부간 상호작용에 투사하고 재현함으로써, 역설적이게도 관계를 지속시키는 무의식적 이득을 공유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서로의 상반된 면에 이끌려 연을 맺었고, 이후 갈등의 반복 속에서도 무의식적 상호 보완과 애착의 고리가 형성되어 쉽게 분리되지 않는 연결이 만들어졌다. 이는 단순히 한쪽의 희생으로 유지되는 관계가 아니라, 심층 심리적 수준에서 균형을 이룬 하나의 체계로서 작동하는 관계임을 시사한다. 이러한 통찰은 임상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유사한 문제를 지닌 부부를 상담하거나 치료할 때, 표면에 드러난 행동 교정이나 의사소통 기술의 향상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그보다는 관계를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심리역동—각자가 상대를 통해 충족하는 무의식적 욕구와 두려움—을 이해하고 다루는 작업이 병행되어야 한다. 예컨대 이 부부가 건강한 변화를 이루려면, A씨는 남편을 통제함으로써 얻는 자기안심의 기제가 자신과 남편에게 미치는 영향을 통찰할 필요가 있고, B씨는 아내의 보호에 안주함으로써 회피해온 책임의 문제를 직면할 용기를 가져야 할 것이다. 이러한 자기洞察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두 사람은 지금까지 무의식적으로 맺은 심리적 계약을 재협상하고, 보다 평등하고 성숙한 파트너십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요약하면, 강박적 성격의 아내와 ADHD 성향의 남편 관계는 겉보기에 부조화로 가득한 부부관계일지라도 그 지속의 배경에는 그래야할 이유가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이해함으로써 전문가들은 이러한 부부를 돕기 위한 개입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으며, 당사자들 역시 자기관계에 대한 통찰과 공감을 얻어 변화의 방향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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